며느리 곰국 끓여주겠다며 소뼈 대신 ‘손주’ 넣은 치매 노인

가족 중에 노인이 있다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치매’ 발병일 것이다.

지난 5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771만 8,616명 중 치매 환자 수는 79만 4,820명으로 유병률이 10.29%에 이른다. 매년 고령 인구수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치매 환자가 생기면 이는 곧 간병을 하는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조금만 한눈을 팔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골 의사 역시 이와 관련한 경험을 자신이 겪은 최악의 상황으로 꼽았다. 해당 사건은 아주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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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외래진료를 하던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검안이 필요하다”는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뛰어 내려갔다.

대개 응급실 간호사는 별의별 환자들을 다 만나기 때문에 웬만하면 놀라지 않을 텐데, 얼마나 충격적인 광경을 본 건지 가득 잠긴 목소리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다급히 응급실로 향한 그는 의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는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푼 어린아이의 시신이 있었다.

검안 결과 아이의 사인은 심폐 기능 정지, 익사에 의한 호흡 부전, 전신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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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들은 사연에 따르면 이랬다. 변두리에 사는 부부가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살았는데, 하루 중 20시간 정도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3~4시간 정도만 치매 증상을 드러내곤 했다.

부부는 24시간 수발을 들 수도 없었을뿐더러 가출이나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평소에도 평범한 노인을 모시듯 지냈다고 한다.

하루는 며느리가 노인이 정신이 멀쩡할 때 손주를 맡기고 시장에 갔다. 2시간 정도면 되니 아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서둘러 장을 보고 돌아왔고 노인은 그런 며느리에게 곰국을 끓여놨다며 먹을 것을 권유했다.

최근에 소뼈를 사다 놓은 적도 없는데 곰국을 끓였다는 게 의아했던 며느리는 솥뚜껑을 열어봤고,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펄펄 끓는 솥에 아이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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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그 후 이 일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부디 가족 해체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위 이야기는 시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박경철 의사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출간한 책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담긴 실화다.

그는 “애지중지하던 손자를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머니가 받을 고통은 어떨지, 가족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치매나 기타 노인질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글을 쓴 것인지, 아니면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극단적인 가혹함이 이런 것인지를 말하고 있는지 목적지를 잃어버렸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은 이렇게 대책 없이 참혹하기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가정 내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 오롯이 돌보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절실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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